스파이더맨: 어크로스 더 스파이더버스(2023)

2018년에 <스파이더맨: 인투 더 스파이더버스>가 디즈니-픽사가 가지 않았던 새로운 고지에 3D애니메이션의 금자탑을 세운 지 5년이 지났다. 폭발적인 비주얼뿐만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당시 막 유행하기 시작하던 MCU의 멀티버스 놀이를 압축시켜 보여준만큼 만족스러웠기에, 속편이 나온다고 했을땐 당연히 기대했다. 그리고 어크로스 더 스파이더버스는 기대보다도 더욱 만족스러웠다.

전작에서 일곱 명의 스파이더맨의 개성에 맞춰 각기 볼드한 비주얼 스타일을 보여줬던 것과는 달리, 이번에는 내용과 비주얼 모두 그웬과 마일즈 두 사람에게 포커스를 맞췄다. 이 영화에서 비주얼 컨셉이 인상적인 부분은 대부분 그웬 파트에서 나오는데, 오프닝의 갈 곳 잃고 폭주하는 드럼 씬은 내가 꼽는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씬. 뿐만아니라 작중 그웬의 심경에 따라 차가운 색과 따뜻한 색을 오가는 수채화 터치는 부드럽게 강렬하다는 느낌을 선사해준다.

러닝타임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마일즈 파트(마일즈 유니버스)의 비주얼 컨셉은 이전과 크게 바뀌지는 않았지만, 대신 3D의 기본 퀄리티가 굉장히 많이 향상됐다. 컨셉이 바뀌지는 않아서 척 보면 ‘예전에도 이정도는 했지’ 라며 넘어갈 수도 있는데, 이건 전작이랑 직접 놓고 비교를 해야 알기 쉽다. 인물, 애니메이션, 디테일까지 마치 해상도가 높아진 것 같다고 느낄 정도로 바뀌었다. 2편을 보고난 뒤에 1편을 재감상 해 보면 2편이 스타일뿐만 아니라 비주얼에서도 한단계 진화했음을 알아보기 쉬울 것이다.

이따금 ‘스파이더버스2는 상하편으로 나눠져서 이야기가 중간에 끊긴다 서사 배분이 엉망이다’라는 의견을 보게 되는데 전혀 동감하지 못하는 바. 특히 더블 주인공 중 하나인 그웬은 이번 작품만으로도 자신의 서사를 온전히 마무리짓고 있다. 마일즈도 중요한 고비는 미루어두었지만 자신의 출생(?)의 비밀, 다가오는 위협의 징조, 아치 에너미들과의 대면까지 필요한 부분은 다 챙겨갔다. 이번 작품이 상하편 구성인걸 모르고 갔다가 생각치못한 반전을 마주한 사람이라면 아쉽다고 느낄 부분이 없지는 않겠지만, 스파이더버스2 단품만으로도 이야기가 절대 후지다고 할 수 없으며 반박시 내 말이 맞다.

처음에 영화관 일반관에서 보고 너무나도 강렬한 충동을 느껴서 그길로 용산 아이맥스를 예매해서 한번 더 봤다. 두번 본 소감은 화면 크기보다는 사운드가 더 중요하고, 사운드보다는 색이 더욱 중요한 작품이라는 것. 지금은 거의 내렸지만 혹시라도 상영관을 고를 수 있는 환경이면 화면크기보다는 돌비 사운드나 머시기 사운드 빵빵한 관을 고르는게 더욱 만족스러울 것 같다. 나는 OLED 화면으로 빨리 다시 보고 싶다.

2023년 7월까지 올 상반기에 본 영화중에는 <파벨만스>와 더불어 <어크로스 더 스파이더버스>가 투톱이라고 자신있게 꼽을수 있다. 같은 영화 또 보러 극장을 두번 간 것도 오랜만이고, 발매일도 안 나온 블루레이를 프리오더 한 건 처음이다. 빨리 내게 원반을 던져 줘!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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