종이책을 고집하는 만화선생들에게

리디북스 책장이 2천권을 넘겨서, 이걸 종이책으로 샀다면 무슨 집이 필요할까 상상해보던 와중 전자책을 죽어도 안 내주는 일본 만화 작가들이 떠올랐다. <더 파이팅>의 모리카와 죠지, <마스터 키튼>의 우라사와 나오키, 그리고 <슬램덩크>의 이노우에 타케히코. 아마 더 있겠지만 당장 생각나는 유명 작가는 이렇게 셋이다.

몇 년 전에 위의 셋 중에서 최초로 전향자가 나왔는데 그게 바로 <더 파이팅>의 모리카와 죠지.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은 지켜야겠는지, 일본판 전자책은 일보가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하는 부분까지만 진행하고 멈췄다. 한국어판은 그 뒤로도 계속 나오는 모양인데 한국쪽 출판사에서 어떻게 잘 주무른 듯. 어쨌거나 최근에 <하지메의 일보> 총 판매량이 1억부를 넘었다고 하니, 전자책이 없었으면 1억부 도달이 5년쯤 늦어지지 않았을지.

슬램덩크 더 무비가 한창 한국에서 화제가 됐을 무렵, 사석에서 이노우에 선생이 슬램덩크를 두고 ‘종이 원고에 최적화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전자판으로는 창작 의도를 전부 전달할수 없다, 그래서 전자판은 안 낸다’고 했다 들었다.(강조하건데 내가 이노우에 선생을 직접 만났다는 소리가 아님) 실제로 슬램덩크는 물론 베가본드의 전자책도 안 나오고 있고. 듣기로는 ‘화집’이라는 명분으로 단행본 1권만 전자판이 북미권에서만 나왔다나 뭐라나.

(입장을 밝히지 않은 작가도 있지만)다른 전자서적 비토파들의 생각도 대개 비슷하다. 손 안의 조막만한 디지틀 화면으로 만화를 보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는, 크리스토퍼 놀란적 디지털 혐오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. 물론 나로써는 묻고 싶은데, 피땀흘려 그린 잉크 원고에 집착하는 마음은 잘 알겠지만 그래서 대량 인쇄된 그것은 당신의 의도를 100% 반영하고 계신지? 한번 꼭 물어보고 싶다. 물론 허세고 실제로 만나면 쫄아서 입도 뻥긋 못 할거다.

대단히 진지한 얘기도 아니었고 그 날의 결론은 이거였다. 극장판 덕분에 한국에서 슬램덩크 단행본이 3개월동안 100만부 넘게 팔렸다는데, 이걸 전자책으로 갖고올 수만 있으면 로또 한번 맞을수 있지 않을까 하고. 책 팔아서 직접 떨어지는거 없는 직원들까지도 이런 망상을 하는데, 작가에게 인세는 얼마나 많이 가겠습니까? 그러니 제발 전자책 좀 내 주시오 선생. 당신의 실물 만화책을 집어넣을 집을 사기 위해서는 당신의 전자책을 팔아서 돈을 벌어야 합니다.


Categories:


Comments

답글 남기기

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. 필수 필드는 *로 표시됩니다